몇 년간 답보 상태였던 위례신사선이 마침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 16일 한성백제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도시철도 기본계획(안) 공청회 현장에선, 단순한 보고를 넘어, 서울시가 본격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민간투자 방식으로는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서울시는 결국 재정사업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했고, 그에 따라 이제는 ‘언제쯤 될까?’라는 질문 대신, ‘어떻게 추진해 나갈까?’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번 공청회는 위례신사선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도,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물론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지연된 건 사실이지만, 민간사업자의 손을 떠나 재정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추진력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본 계획은 2026년 고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설계와 공사를 거쳐 빠르면 2028~2029년 사이에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번 공청회에서 눈에 띄었던 건 서울시의 적극적인 태도였다. 주민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려는 자세, 사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들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불필요한 오해는 줄이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시민들과의 소통을 전제로 한 설명회였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진정성을 느낀 듯했다.
위례신사선은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위례신도시라는 대규모 주거단지를 온전히 서울 생활권에 연결해주는 핵심 노선이다. 복정역부터 신사역까지 이어지는 14.7km 구간은 서울 동남부 지역의 교통 흐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 성수권, 송파권 등과의 접근성이 개선되면, 출퇴근 시간 단축은 물론 지역 간 생활권 연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전철 사진 (Pixabay)
현재 기본계획에는 총 11개의 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서울시 구간이며 성남과 하남 구간에 해당하는 일부 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서울시는 “추가역 설치 여부는 향후 사업성 분석 및 타당성 검토를 통해 충분히 열어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위례중앙역에서 연장 가능성이 있는 하남 구간은 인근 주거 밀집지역과 상업시설을 고려할 때, 추후 연장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차량기지 위치 역시 이슈가 되었지만, 서울시는 기존 계획대로 탄천 부지 내에 설치하되, 소음과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주민들의 우려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량기지와 주변을 함께 개발해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제기됐다. 단순한 교통기지 이상의 복합적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또한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로 읽힌다.
한편 공청회에 참석한 위례 주민들 사이에선 “드디어 실질적인 진전이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몇 년 전부터 여러 차례 좌절된 경험 탓에 기대를 접었던 이들조차, 이번 설명회를 통해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이제는 확실히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표현이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질적인 사업 착수가 머지않았다는 분위기가 공유되면서, 지역 사회 전반에도 작은 기대감이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본계획 고시, 설계, 예산 확보, 국토부 승인 등 행정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고 시간도 필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건 서울시가 이번엔 ‘진짜로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이다. 민간사업자의 손에만 맡겨 놓고 기다리는 구조가 아니라, 행정이 책임지고 나서는 방식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할 수 있다는 평가도 많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 주민들만을 위한 철도가 아니다. 서울과 성남, 하남을 아우르는 광역 생활권을 연결하고, 교통 중심축을 확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그동안 수차례 좌절을 경험했던 만큼, 이번에는 더 철저하고, 더 진지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르게 추진되길 바란다. 공청회는 그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그 시작이 진짜였기를 바란다.